부엌이 좁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결국 질렀다. 테팔 에어프라이어. 사실 이전에 쓰던 2리터짜리 꼬마 에어프라이어가 있었는데, 이게 너무 작아서 냉동 만두 몇 개 넣으면 겹쳐지고 난리가 났다. 마음먹고 6X 언리미티드 라인업 구경하다가 그냥 적당한 걸로 하나 들였다. 가격은 10만 원 중반대로 결제했는데, 요즘 가전값이 다들 올라서 그런지 이 정도면 무난한 건가 싶기도 하다. 택배 상자를 뜯는데 생각보다 부피가 커서 놀랐다. 주방 조리대 한복판에 두자니 너무 자리를 차지해서, 결국 베란다 쪽 선반으로 밀려났다. 이게 주객전도인가 싶다.
기름 없이 굽는 게 정말 맞는 건가
무쇠팬에 계란후라이를 할 때의 그 바삭한 테두리 맛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엔 에어프라이어로 뭘 해 먹나 고민했다. 고구마를 먼저 구워봤다. 한 200도에 맞춰놓고 20분 정도 돌렸나. 확실히 오븐이나 무쇠팬보다는 편하다. 설거지할 때 바스켓만 쏙 빼서 닦으면 되니까. 그런데 가끔은 너무 건조하게 구워지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식도로 대파 썰어서 무쇠팬에 볶다가 고기 굽고 그랬는데, 에어프라이어는 뭔가 버튼 하나로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것 같다.
소음과 환기 사이의 미묘한 불편함
이게 생각보다 소리가 크다. 밤늦게 야식으로 닭봉 좀 구워 먹으려다 깜짝 놀랐다. 거실까지 위잉 하는 소리가 퍼지는데, TV 소리를 좀 높여야 할 정도다. 그리고 환기 문제. 에어프라이어 뒤편으로 뜨거운 바람이랑 냄새가 훅 빠져나오는데, 이게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주방 전체에 기름 냄새가 밴다. 올스텐 모델을 살 걸 그랬나 잠깐 후회도 했다. 코팅 모델이 세척은 편하다는데, 장기간 열을 가했을 때의 그 느낌이 왠지 모르게 조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기존에 쓰던 도구들과의 어색한 동거
집에 있는 식도랑 과도는 그대로인데 에어프라이어만 새로 생기니 뭔가 밸런스가 안 맞는다. 에어프라이어용 종이 호일도 샀다. 한 50장에 만 원 정도 준 것 같은데, 이걸 깔면 확실히 세척은 편하다. 그런데 또 환경 생각하면 매번 쓰기도 찝찝하고, 안 깔면 기름때 닦는 게 일이다. 무쇠팬은 무쇠팬대로 시즈닝하고 닦느라 고생인데, 에어프라이어는 에어프라이어대로 내부 열선에 튄 기름 닦느라 고생이다. 편리하려고 산 건데 왜 손은 더 많이 가는 기분일까.
며칠 써보니 드는 생각들
솔직히 드라마틱하게 요리 실력이 늘거나 삶이 윤택해진 건 잘 모르겠다. 그냥 냉동식품 데워 먹는 속도가 빨라진 정도랄까. 가끔은 그냥 가스레인지 불 켜고 무쇠팬 달궈서 파 기름 내는 게 더 정성스럽고 맛있게 느껴진다. 테팔 창립 70주년 기념 프로모션이니 뭐니 해서 여기저기서 할인을 많이 하길래 혹해서 샀는데, 굳이 없어도 되었을까 싶다가도 막상 없으면 또 아쉬울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식탁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내일은 이걸로 감자튀김이나 한번 해볼까 싶은데, 설거지 생각하면 또 망설여진다.

고구마 구울 때 온도 조절이 조금 민감하더라구요. 저는 팬에서 볶을 때 더 다양하게 재료를 넣어서 맛을 낼 수 있어서, 에어프라이어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계란 후라이 바삭함 좋아하는 편인데, 에어프라이어는 왜 그런 텍스처가 안 나올까 궁금하네요. 무쇠팬처럼 온도 조절이 자유로운 게 그리운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