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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수납함만 사다가 싱크대 밑을 더 망쳐버렸다

다이소에서 산 플라스틱 바구니가 화근이었다

얼마 전 싱크대 하부장을 열었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안쪽 깊숙한 곳에 뭐가 들어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2년 전쯤인가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플라스틱 바구니를 다섯 개나 사다가 줄을 맞춰 넣었었다. 그때만 해도 나름대로 ‘체계적인 주방 정리’를 꿈꿨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다시 보니, 그 바구니들 안에는 유통기한이 언제인지도 모를 카레 가루와 밑바닥이 끈적하게 눌어붙은 간장 소스병들이 뒤섞여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깔끔해 보였는데, 바구니를 꺼내려니 뒤에 있던 냄비 뚜껑이 걸려서 나오질 않는다. 낑낑대며 바구니를 억지로 잡아당기다가 손등까지 긁혔다. 정리하려고 산 도구들이 오히려 정리를 방해하는 꼴이 된 거다.

짝 잃은 고무장갑과 굴러다니는 집게들

싱크대 서랍을 열면 늘 전쟁이다. 한쪽은 멀쩡한데 꼭 다른 한쪽 손가락 끝에 구멍이 난 고무장갑이 몇 개나 굴러다닌다. 이게 참 버리기도 애매하다. 아까워서 놔둔 건데, 결국 설거지할 때마다 물이 새서 손이 젖는다.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고무장갑 손가락 끝을 잘라서 전선 정리 밴드로 써볼까 싶다가도, 귀찮아서 그냥 서랍 깊숙이 밀어 넣게 된다.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모아두고 사나 싶다. 3천 원이면 사는 새 고무장갑을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데, 굳이 낡은 것을 활용하겠다고 머리를 쓰는 내 모습이 가끔은 좀 안쓰럽기도 하다.

남은 소주가 냉장고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

냉장고를 열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먹다 남은 소주병들이다. 예전에 어디서 소주로 냉장고 내부를 닦거나 쓰레기통 냄새를 없애는 데 좋다는 말을 듣고는, 술 마시고 남은 것들을 죄다 모아뒀다. 500ml짜리 공병에 소주랑 구강청결제를 1대1 비율로 섞어 분무기를 만들었는데, 사실 이거 며칠 쓰다가 말았다. 냄새는 깔끔해지는 것 같은데, 분무기 헤드가 금방 고장 나더라. 지금은 냉장고 구석에서 소주병들이 나란히 줄 서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남편은 냉장고에 술이 왜 이렇게 많냐고 묻는데, 마시는 게 아니라 청소용이라고 말하기도 이젠 지친다.

철수세미와 페트병의 어설픈 결합

기름때 찌든 프라이팬은 어떻게 닦아도 답이 없다. 다이소에서 산 천 원짜리 철수세미를 쓰자니 손이 너무 따갑고, 그렇다고 비싼 세제를 쓰자니 왠지 아깝고. 예전에 페트병을 잘라 철수세미를 끼워 넣으면 손 안 다치고 설거지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 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페트병 입구가 너무 작아서 수세미가 안 들어간다. 결국 손가락만 퉁퉁 붓고 땀만 흘렸다. 그 옆에 뒹구는 2리터짜리 페트병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설거지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냥 적당히 타협하고 사는 게 속 편한 건데.

정리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미묘함

결국 오늘 하루 종일 주방을 뒤집어엎었는데, 눈에 띄게 깔끔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바닥에 꺼내놓은 짐들 때문에 거실까지 엉망이 됐다. 이런 게 정말 정리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싶다. 그냥 짐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한 것 같기도 하고. 밤이 늦었는데 아직도 싱크대 밑은 반도 못 채웠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또 바빠질 텐데, 그냥 대충 밀어 넣고 문을 닫아버릴까 고민 중이다. 사실 완벽한 정리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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