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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고 산 일본식 칼 때문에 요리 후에 신경 쓸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주방 서랍에 굴러다니던 낡은 칼세트를 정리하게 된 계기

원래 집에서 쓰던 칼은 결혼할 때 선물 받았던 출처를 알 수 없는 칼세트에 들어있던 식도였다.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다이소 대파채칼이랑 같이 싱크대 칼꽂이에 꽂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방울토마토를 썰 때 토마토가 썰리는 게 아니라 옆으로 짓눌리기 시작했다. 칼을 갈아보겠다고 싱크대 밑에 처박아두었던 간이 칼갈이에 몇 번 슥슥 문질러봤지만, 그때만 잠깐 잘 드는 척하다가 삼일만 지나면 다시 뭉툭해져서 제자리였다. 유튜브에서 요리 채널을 보다 보니 다들 얇고 날카로운 일본식 칼로 식재료를 경쾌하게 써는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나도 저런 칼을 쓰면 요리가 좀 재밌어질까 싶어 주방용품 관련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며칠 동안 퇴근길마다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일본식 셰프나이프로 알려진 토지로 DP 코발트 식도를 구매한 과정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니 수백만 원짜리 장인이 만든 수제칼까지 갈 것도 없이, 일반인 입문용으로는 토지로(Tojiro) 브랜드가 가격대 대비 무난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독일식 헹켈이나 글로벌 같은 브랜드도 보였는데, 왠지 투박해 보이거나 손잡이까지 일체형 쇠로 된 건 겨울에 차가울 것 같아 손이 잘 안 갈 듯했다. 고민 끝에 토지로 DP 코발트 합금 3층강 식도, 흔히들 규토라고 부르는 210mm 모델로 마음을 정했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실물을 직접 보고 사기 어려워서 검색 끝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해외 직구 대행 업체를 통해 주문했다. 관세나 배송비까지 다 더해서 9만 8천 원 정도 결제했던 것 같다. 배송이 오는 데 주말을 두 번 끼고 딱 12일 정도 걸렸는데, 택배 상자를 뜯을 때까지만 해도 대단한 요리사라도 된 양 약간 들떠 있었다.

처음 양파를 썰어보고 느꼈던 가벼운 충격과 이질감

상자에서 꺼낸 칼은 생각보다 얇고 가벼웠으며, 칼날이 무시무시하게 서 있었다. 기존에 마트에서 대충 샀던 2만 원짜리 도루코 식도에 비하면 칼날의 각도 자체가 좁고 예리해 보였다. 첫 개시로 저녁 찌개에 넣을 양파와 대파를 썰어보았다. 도마에 닿는 느낌이 서걱서걱 썰리는 게 아니라 슥 하고 미끄러지듯 잘려 나갔다. 특히 양파를 얇게 채 썰 때 눈이 매울 틈도 없이 단면이 아주 매끄럽게 잘리는 걸 보고 돈 값을 하긴 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칼의 무게감이 적다 보니 손목에 힘을 빼고 칼 자체의 무게로 눌러 썰던 내 버릇에는 약간 어색한 감각이었다. 너무 가벼워서 칼날이 엇나갈 때 손가락을 다칠 것 같은 묘한 불안감이 손잡이를 쥔 손끝에 맴돌았다.

칼날 관리의 귀찮음과 미세한 이 빠짐 현상이 주는 스트레스

좋은 칼은 단순히 사기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한 달쯤 지나서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칼은 탄소강 성분이 섞여 있어서 수분이 닿은 채로 방치하면 금방 녹이 슬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요리가 끝나면 싱크대에 던져두지 못하고 곧바로 세제로 닦아 마른 행주로 물기를 훔쳐서 건조시키는 버릇을 들여야 했다. 설거지통에 그릇들과 엉망으로 섞어 두던 옛날 습관을 억지로 고치는 게 은근히 귀찮고 피곤했다. 게다가 어느 날 저녁에 냉동실에 있던 단단한 찌개용 고기를 대충 녹았겠거니 하고 무심코 썰었다가, 칼날 중간 부분에 미세하게 이가 나간 것을 발견했다. 아주 눈을 크게 뜨고 봐야 보일 정도의 작은 상처였지만, 도마를 스칠 때마다 그 흠집 부분에 식재료가 살짝 걸리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져서 몹시 신경이 쓰였다. 이걸 복구하려면 따로 전문 숫돌을 사서 정밀하게 갈아내야 한다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아 그냥 모르는 척 쓰는 중이다.

요리 실력과 장비의 상관관계에 대해 남은 의문들

장비를 새로 바꿨다고 해서 내 요리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거나 지루하던 재료 준비가 갑자기 즐거워지진 않았다. 칼이 잘 드니까 대파나 양파를 써는 속도는 조금 빨라졌을지 몰라도, 그만큼 쓰고 나서 닦고 말려야 하는 신경 쓰이는 단계가 새로 추가된 셈이다. 가끔은 예전처럼 대충 쓰고 아무렇게나 팽개쳐 두어도, 심지어 식기세척기에 툭 던져 넣어도 날 하나 무뎌지지 않고 멀쩡했던 막칼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새로 산 토지로 칼은 주방 싱크대 가장 좋은 자리에 꽂혀 있지만, 가끔 가볍게 라면을 끓이거나 과일을 깎을 때는 예전에 캠핑용칼로 막 쓰려고 샀던 정체불명의 저렴한 칼바람 나이프에 더 자주 손이 간다. 장비가 예민해질수록 사용하는 사람의 피로도도 같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를 보고 산 일본식 칼 때문에 요리 후에 신경 쓸 일이 하나 더 늘었다”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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