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채칼만 종류별로 샀다
얼마 전에 이찬원이 방송에서 파채제육 만드는 걸 보고 갑자기 꽂혔다. 파채가 고기랑 있으면 그렇게 맛있다던데, 막상 집에서 하려니 칼질이 영 자신이 없었다. 파채칼이라는 걸 굳이 사야 하나 싶어서 칼로 얇게 썰어보려다가 손가락만 베일 뻔했다. 결국 다이소에 가서 2,000원짜리 파채칼을 집어 들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고민했나 싶었는데, 막상 써보니 이것도 일이다. 파 하나를 썰려면 손목이 꽤 아프고, 파가 얇게 안 썰리고 떡이 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분명 방송에서는 슥슥 하던데 말이다.
전동 채칼까지 기웃거리게 된 이유
파채칼로는 성에 안 차서 이번엔 아예 양배추까지 얇게 썰어보겠다고 전동 채칼을 알아봤다. 가격대가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좁은 주방에 이걸 들여놓으면 공간만 차지할 것 같아 망설여졌다. 사실 평소에 요리를 얼마나 한다고 이런 기계까지 사나 싶으면서도, 당근 채 썰거나 무생채 할 때마다 손이 너무 고생하는 게 싫었다. 결국 샀다가 한 번 쓰고 구석에 박아두는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닌데, 이번에도 그 꼴이 날까 봐 결제 버튼 앞에서 한참을 멈칫거렸다.
손으로 써는 게 의외로 제일 나을 때도 있다
결국 전동 기계는 참았고, 대신 좀 튼튼해 보이는 채칼을 하나 더 샀다. 1만 5천 원 정도 준 것 같은데, 일단 날이 아주 날카로워서 조심해야 한다. 무채 썰 때는 확실히 편하긴 한데, 이게 파채는 또 결대로 잘 안 썰린다. 파는 그냥 일반 칼로 눕혀서 써는 게 차라리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만, 칼날 관리하는 게 너무 귀찮다. 씻다가 손 다칠까 봐 조심조심 닦아야 하고, 가끔 틈새에 낀 야채 찌꺼기가 안 빠질 때는 그냥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짐만 늘어가는 주방 서랍
지금 우리 집 주방 서랍을 열면 채칼만 세 종류가 들어있다. 파채용, 무채용, 그리고 다용도 슬라이서. 처음에는 이걸로 요리 고수가 될 것처럼 굴었지만, 결국엔 귀찮아서 대충 가위로 파를 자르거나 그냥 고기만 굽고 만다. 도구는 비싼 걸 사든 싼 걸 사든 결국 손에 익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나는 정작 익숙해지기도 전에 새 기구만 찾고 있다. 확실히 장비빨이라는 게 있다고는 하지만, 주방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내 요리 실력도 한계가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앞으로 채칼은 더 이상 안 살 생각이다
이번 주말에도 파채제육을 해 먹겠다고 큰소리쳤는데, 막상 파를 다듬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곤하다. 다음에는 그냥 마트에서 파채를 사서 쓰기로 마음먹었다. 천 원이면 한 팩 가득 주는데, 내가 이 채칼들 사려고 쓴 돈이랑 시간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물론 나중에 또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채칼을 검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서랍 속에 굴러다니는 채칼들이 짐처럼 느껴진다. 다들 채칼 하나로 잘 쓰는지 궁금하다. 나는 왜 이렇게 도구에 집착하면서 정작 요리는 제대로 못 하는지 모르겠다.

파채 칼 쓰는 게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네요. 손목 아프다고 포기하는 것보다, 얇게 써는 게 더 효율적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