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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비용 아끼려다 화장실 바닥에서 한 시간 동안 고생한 이야기

세탁소에 맡기는 비용이 아까워지기 시작한 시점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 날씨가 되면 옷장 깊은 곳에 넣어두어야 할 니트와 가디건들이 잔뜩 쌓인다. 작년 가을부터 교복처럼 입고 다녔던 울 니트 다섯 벌을 챙겨서 동네 세탁소에 가져갔더니 사장님이 가격표를 보며 한 벌당 거의 7,000원에 달하는 비용을 불렀다. 대충 계산해 봐도 4만 원 가까운 돈이 훌쩍 깨지는 셈이었다. 매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가는 이 세탁비가 문득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해 보니 요즘은 홈드라이클리닝 세제만 있으면 집에서도 아주 쉽게 니트 세탁을 할 수 있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배송비까지 포함해 만 원 후반대면 세제 한 통을 살 수 있고, 그걸로 수십 벌을 빨 수 있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혹해서 바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직접 하면 돈도 아끼고 옷도 더 꼼꼼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미지근한 물과 홈드라이 세제 특유의 냄새

이틀 뒤 도착한 세제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커다란 빨간색 플라스틱 대야를 꺼내어 미지근한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설명서에는 물 온도가 너무 높으면 울 섬유가 수축할 수 있으니 30도 정도의 미온수를 사용하라고 쓰여 있었다. 온도계가 따로 없어서 대충 손을 담갔을 때 살짝 미지근한 느낌이 드는 정도로 물 온도를 맞췄다. 홈드라이클리닝 세제를 몇 번 펌핑해서 물에 풀자, 일반적인 울샴푸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와는 다른, 약간 기름지고 묘하게 텁텁한 화학 세제 냄새가 화장실 가득 퍼졌다. 세탁소 안으로 들어갔을 때 풍기는 그 특유의 기름 냄새를 흉내 낸 듯한 냄새였다. 물에 세제를 대충 풀고 니트 세 벌을 차례로 집어넣어 완전히 물에 젖게 만들었다. 설명서에 나온 대로 딱 15분 동안 그대로 물에 불려두기로 하고 화장실 문을 닫고 나왔다.

가볍게 주무르는 과정에서 밀려오는 귀찮음

시간이 다 되어 다시 화장실로 돌아왔을 때, 맑았던 물이 거뭇하고 누런 흙빛으로 변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였던 니트에서 이렇게 때가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신기한 것도 잠시, 진짜 노동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절대로 비벼 빨면 안 되고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꾹꾹 눌러가며 헹구어내야 한다는 수칙을 지키려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물을 잔뜩 머금은 두꺼운 니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웠고, 대야의 물을 갈아주는 과정도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세 번, 네 번 물을 새로 받아가며 헹구는데 세제 특유의 미끈거리는 감촉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세탁소에 맡겼으면 3~4일 뒤에 보송보송하게 다려진 옷을 받아보기만 하면 될 일인데, 내가 왜 화장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주방 일을 돕기 위해 꺼낸 플레인팟 고체세제의 흔적

그 와중에 부엌 싱크대에는 아침과 점심때 먹고 남은 그릇들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손은 이미 빨래하느라 퉁퉁 불어 있었고 마음은 급했다. 설거지라도 조금 빠르게 끝내볼까 싶어서 최근에 주방용품으로 사두었던 플레인팟(PLAINPOD) 고체세제를 꺼냈다. 한 팩에 대략 14,000원 정도 하는 고체 형태의 세제인데 원래는 식기세척기용이지만, 물을 아주 살짝 묻혀 수세미로 문지르면 거품이 금방 나서 싱크대에 서 있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가끔 손설거지용으로도 그냥 쓴다. 한쪽 손에는 덜 헹군 니트를 쥐고, 다른 한쪽으로는 주방으로 넘어가 고체 세제를 문지르며 멀티태스킹을 하려다 보니 온 집안이 물바다가 되는 기분이었다. 생활의 편리함을 주겠다는 최신 살림 아이템들을 이것저것 들여놓아도, 결국 내 몸이 움직여야 하는 아날로그식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세탁기 탈수 단계에서 겪은 심리적 갈등

헹굼을 간신히 끝낸 니트들은 물을 머금어 축축하게 늘어져 있었다. 이 상태로 그냥 건조대에 널었다가는 바닥으로 물이 줄줄 샐 것이 뻔했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세탁망에 니트를 예쁘게 접어 넣고 세탁기의 탈수 코스를 선택했다. 세탁기 설명서에는 울 소재의 경우 탈수를 가장 약하게 설정하고 1분 정도만 돌리라고 되어 있었다. 탈수 버튼을 누르고 드럼통이 웅웅거리며 돌기 시작하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조금이라도 회전이 강하면 아끼는 옷들이 펠트화되어 아동복 크기로 줄어들어 버린다는 괴담 같은 실패 사례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돌아가는 세탁기 유리창 너머로 요동치는 빨래망을 쳐다보며, 단 1분의 시간 동안 온갖 걱정을 다 하느라 손가락 끝이 저릿할 지경이었다.

건조대 위의 결과물과 가시지 않는 찜찜함

세탁기에서 꺼낸 니트를 조심스럽게 펴서 건조대 위에 뉘어서 널었다. 옷걸이에 걸면 어깨 부분이 아래로 쳐지면서 늘어나 옷을 버린다고 해서, 좁은 건조대 날개 위에 억지로 평평하게 자리를 만들어 얹어두었다. 하루 반나절이 지나고 옷이 완전히 마른 뒤 만져보았을 때의 느낌은 솔직히 다소 실망스러웠다. 세탁소에서 받아보던 특유의 실키하고 부드러운 촉감은 온데간데없고, 니트 표면이 약간 뻣뻣하고 거칠거칠했다. 게다가 소매 끝부분이 아주 미세하게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기분이 들어 옷을 몸에 대보며 거울 앞을 한참 서성였다. 몇 만 원 아끼겠다고 집에서 홈드라이클리닝 세제며 플레인팟이며 호기롭게 살림 솜씨를 부려보았지만, 결과적으로 몸만 피곤하고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찜찜함으로 가득 차 있다. 다음 겨울 옷 정리 때는 그냥 지갑을 여는 게 정신 건강에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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