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하나씩 늘어난 실리콘 조리도구들
얼마 전 주방 서랍을 정리하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분명 요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깔끔한 주방을 꿈꾸며 하나둘씩 사 모았던 실리콘 국자며, 각종 뒤집개, 알뜰 주걱들이 서랍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실리콘이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고 냄비 바닥 긁힘도 없어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유식을 만들 때 썼던 그 말랑말랑한 실리콘 용기들은 정말 요긴했다. 그런데 막상 일상적인 요리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실리콘 특유의 그 끈적함이랄까, 시간이 지나니까 미세하게 베어든 기름기를 닦아내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어떤 건 삶아도 보고 베이킹소다에 담가도 봤는데, 결국 손이 잘 안 가게 되더라.
칼 하나면 충분하다는 말의 의미
며칠 전 인터넷 뉴스에서 주방용품 줄이기에 대한 글을 보았다. 칼 하나면 사실 대부분의 조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꽤 일리가 있는 말 같았다. 나는 왜 그동안 그렇게 다양한 조리도구를 사들이며 좋아했을까. 비싼 냄비는 100만 원에 육박한다는 기사도 봤는데, 그런 것들을 들이지 않아도 내 요리 실력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사실 지금 제일 자주 쓰는 건 10년 넘게 쓴 무딘 과도 하나와 마트에서 산 2만 원짜리 식도뿐이다. 이것저것 다 꺼내놓고 요리를 하면 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설거지 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일 때마다 괜히 일을 벌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 플레이트와 전자레인지 용기의 딜레마
그중에서도 제일 애매한 건 나무 플레이트와 전자레인지 전용 실리콘 용기들이다. 감성적인 사진을 찍겠다고 산 나무 도마는 이제 세척 후 말리는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서 구석에 처박혀 있다. 습기에 약하다 보니 행주로 닦고 완전히 말려야 하는데, 성격 급한 나에게는 그런 과정이 참 버겁다. 그리고 전자레인지 용기도 그렇다. 한때 5~6만 원 정도 주고 꽤 유명한 제품들을 샀었는데, 막상 써보면 유리 용기가 훨씬 위생적이고 관리하기가 쉽다. 실리콘은 시간이 지나면 왠지 모르게 냄새가 배는 것 같아서 결국 쓰다가 버리게 되는 일이 잦았다. 그냥 처음부터 적당한 유리 반찬통이나 사서 쓸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왜 그때는 그게 그렇게 필요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주방 위생과 실질적인 조리 환경
얼마 전 지역 게시판에서 노후 주방 위생 시설 교체 지원 공고를 봤다. 단순 소모품은 지원이 안 된다는 조항이 눈에 띄었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조리도구들도 자산이라기보다는 소모품에 가까운 것 같다. 위생을 생각해서 칼과 도마를 용도별로 구분해서 쓰라는 조언들도 많지만, 매번 요리할 때마다 도마를 바꿔가며 씻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생닭이라도 한 번 손질하려고 하면 온 사방에 물이 튀어서 싱크대 전체를 소독해야 하는 기분이 든다. 요즘은 그냥 최대한 도구를 적게 쓰고, 바로바로 씻어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버릴 것인가 계속 가져갈 것인가
지금 서랍에 있는 실리콘 국자랑 뒤집개들을 다 꺼내서 정리하려고 하는데, 막상 버리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분명히 한 번도 안 쓴 물건들도 꽤 되는데 말이다. 누가 나눔이라도 할까 싶어 사진을 찍어보려다가도, ‘이걸 중고로 누가 쓰겠어’ 하는 생각에 다시 넣게 된다. 결국 이번 주말에도 나는 서랍을 열었다가 한숨을 쉬고는 다시 닫아버렸다. 당분간은 그냥 이 상태로 둬야 할 것 같다. 다음에 큰맘 먹고 이사를 가거나 주방을 싹 갈아엎을 때가 되면 그때 정말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다 처분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식탁 위를 굴러다니는 과도 하나를 보며 적당히 만족하기로 한다.

실리콘 용기들 정리하는 거 봤는데, 이유식 만들 때 진짜 유용하셨군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는데, 매일 사용하는 게 아니라서 결국 잘 안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실리콘 용기들 정리하다가 옛날 생각 떠올라서, 이유식 만들 때 진짜 유용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쓰게 되네.
실리콘 용기들 정리하면서 생각해보니, 이유식 만들 때 얼마나 많이 샀는지 알겠어요. 이제는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