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싱크대 좁은 틈새에 굳이 세워두었던 도자기 수저통의 문제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때 가장 당황했던 건 싱크대 옆의 조리 공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었다. 가로폭이 겨우 40센티미터 남짓 될까 말까 한 공간에 도마 하나 올려놓으면 꽉 차는 구조였다. 그래도 숟가락이며 젓가락을 꽂아둘 곳은 필요했기에, 예전 집에서 쓰던 묵직한 도자기 수저통을 싱크대 모퉁이에 올려두고 썼다. 하단에 물받이가 따로 없고 아래쪽에 구멍만 몇 개 뚫려 있는 전형적인 형태였다. 그런데 이 좁은 틈새에 수저통을 세워두니 설거지를 할 때마다 물이 사방으로 튀어 수저통 바닥 주변에 늘 물이 고여 있었다. 며칠만 신경을 안 쓰면 인조대리석 상판에 노르스름한 물때 자국이 동그랗게 남았는데, 이게 수세미에 주방세제를 묻혀 아무리 닦아도 깔끔하게 지워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상판 자체가 변색되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물을 제때 닦아주지 않으면 수저통 안쪽 바닥에도 거뭇거뭇한 곰팡이가 슬기 일쑤였고, 숟가락을 꺼낼 때마다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걸 매번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매일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 먹는 것도 아닌데 물때와의 전쟁은 끝이 없었다.
물때와 곰팡이 때문에 결국 스테인리스 걸이식으로 바꾸기로 결심한 과정
결국 주말에 시간을 내서 신도림에 있는 대형마트 매장으로 향했다. 플라스틱으로 된 가벼운 걸 살까 하다가도 결국 위생을 생각하면 스테인리스가 낫겠다 싶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마트 코너에는 다양한 주방서랍정리 용품과 식기건조대들이 널려 있었는데, 내 눈에 들어온 건 싱크대 벽면이나 건조대 망에 걸어서 쓸 수 있는 걸이식 제품이었다. 가격은 18,000원 정도 했던 한샘 싱크대 수저통이었는데, 기존에 쓰던 도자기 제품에 비하면 무게도 훨씬 가볍고 바닥에 직접 닿지 않으니 물때가 덜 낄 것 같았다. 사실 인터넷 쇼핑몰로 사면 배송비 포함해서 조금 더 저렴한 것들도 있었지만, 당장 오늘 저녁 설거지부터가 골칫거리였기에 그냥 매장에서 바로 들고 왔다. 집에 와서 기존 도자기 수저통을 깨끗이 비우고 쓰레기통에 넣는데, 겉보기엔 멀쩡한 걸 버리려니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매번 물때를 닦아내느라 매주 20분씩 싱크대 앞에서 끙끙대던 귀찮은 기억을 떠올리며 미련을 버렸다. 도자기 재질은 묵직해서 안정감은 있었지만 물이 잘 마르지 않고 환기가 안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반면 새로 산 스테인리스 제품은 확실히 물 빠짐 하나는 기가 막힐 것처럼 보였다.
기둥선반과 주방선반수납장을 덧붙이며 꼬여버린 조리대 공간 배치
하지만 수저통 하나 바꾼다고 좁은 주방의 근본적인 동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수저통을 싱크대 건조대 옆면에 걸어두고 나니, 이번에는 그 옆에 옹기종기 모아두었던 유리오일병들과 주방세제통이 갈 곳을 잃고 갈팡질팡했다. 조리대 공간을 어떻게든 확보해보겠다고 인터넷에서 35,000원짜리 씽크대정리선반 겸 기둥선반을 추가로 주문해 설치했다. 기둥식이라 싱크대 상판과 상부장 사이에 타이트하게 고정해야 했는데, 혼자서 설치하는 과정부터 땀을 꽤나 흘렸다. 수평이 안 맞아서 기둥이 몇 번이나 미끄러져 쓰러지는 바람에 주방 벽면에 보기 싫은 긁힌 자국이 길게 남기도 했다. 겨우 기둥선반을 고정하고 그 위에 자주 쓰는 양념병들을 올려놓으니 한결 깔끔해진 것 같았지만, 수저통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하필이면 그 아래 놓아둔 주방세제통 펌프 헤드 위로 떨어지는 골치 아픈 문제가 새로 생겼다. 위치를 조금씩 옮겨보아도 싱크대 주변 구조 자체가 워낙 협소하다 보니 뭘 하나 놓으면 다른 하나가 동선을 방해하는 일이 꼬리를 물었다.
주방하부장정리와 좁은주방수납장 사이에서 겉도는 살림살이들
결국 상판 위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을 줄이려면 수납공간 내부를 건드려야 했다. 싱크대 아래쪽 하부장을 열어보니 냄비와 프라이팬이 뒤엉켜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주방하부장정리를 해보겠다고 슬라이딩 방식의 철제 선반을 사서 넣어봤는데, 하부장 안쪽에 있는 수도 배관 파이프 돌출 부위 때문에 선반이 끝까지 들어가지 않아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불상사가 생겼다. 안 그래도 좁은주방수납장에 규격을 대충 재고 억지로 쑤셔 넣으려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게다가 부모님이 시골에서 보내주신 거대한 20KG쌀통을 하부장 한구석에 욱여넣고 나니 정작 매일 쓰는 냄비들을 꺼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밥을 지으려 쌀을 꺼낼 때마다 냄비들을 전부 밖으로 꺼내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이 반복됐다. 주방선반수납장을 새로 하나 사서 거실 한편에 놓을까 고민도 해봤지만, 밥 지을 때마다 쌀을 들고 왔다 갔다 할 걸 생각하니 동선이 너무 비효율적이라 그냥 하부장 문을 살짝 덜 닫힌 채로 삐딱하게 두고 쓰기로 타협했다.
새로 설치한 싱크대수저통을 일주일 넘게 써보며 느끼는 애매한 편리함
새로 설치한 싱크대수저통을 일주일 넘게 써보며 느끼는 감정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확실히 싱크대 상판 바닥에 직접 닿지 않으니 그 지긋지긋하던 물때 자국은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편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스테인리스 격자 구멍 틈새가 생각보다 널널해서 가끔 작은 티스푼이나 얇은 젓가락 끝부분이 그 사이로 쏙 빠져나가 싱크대 개수대 안으로 툭툭 떨어진다. 기껏 설거지를 끝내고 물기를 말리려고 꽂아두었다가 아래로 떨어져서 다시 씻어야 할 때면 은근히 짜증이 밀려온다. 그리고 수저통 아래쪽에 달린 물받이 쟁반도 며칠만 방치하면 금세 하얗게 석회질 같은 얼룩이 생겨서 굳어버린다. 결국 도자기 수저통을 쓸 때나 지금이나 주기적으로 손을 대고 솔질을 해야 하는 귀찮음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좁은 주방을 어떻게든 넓게 써보겠다고 선반을 달고 수납을 이리저리 바꿨지만, 여전히 요리할 때마다 팔꿈치가 벽에 부딪히고 수저통은 덜컹거린다. 언제쯤 이 주방 살림살이들과 완벽하게 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수저통 위치 바꾸고 보니, 세제랑 오일병들이 더 어질어질하네요. 공간 활용을 위해선 결국 수납 정리는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요.
수저통 위치 바꾸니 유리병들이 더 어질어질해졌네요. 좁은 공간에서 물건들 정리하는 게 정말 어렵네요.
거의 물때 때문에 스트레스받으셨다니, 정말 맴이 안 좋았겠어요. 스테인리스로 바꾸신 거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