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예쁜 게 최고인 줄 알았지
아기 이유식을 시작할 때 인스타그램을 정말 많이 뒤져봤다. 다들 하나같이 감성적인 베이지색, 아니면 파스텔톤의 실리콘 접시를 쓰고 있더라. 나도 뒤질세라 로코유 이유식볼을 몇 개 샀다. 가격이 개당 2만 원 가까이해서 선뜻 고르기 힘들었는데, 막상 받아보니 촉감이 말랑말랑하고 예쁘긴 정말 예뻤다. 그런데 이게 실사용으로 들어가니까 얘기가 좀 달라지더라. 초기 이유식 때는 쌀미음이니까 쓱쓱 잘 닦였는데, 중기로 넘어가면서 야채를 넣고 큐브를 섞기 시작하니까 설거지 양이 감당이 안 되기 시작했다.
퍼기큐브랑 실리콘 볼의 묘한 관계
집 냉동실에는 퍼기큐브가 칸칸이 들어차 있다. 큐브를 하나씩 꺼내서 실리콘 접시에 담아 데우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리콘 재질이 특유의 냄새를 좀 잘 배게 하는 것 같다. 처음에 썼던 실리콘 접시들을 지금 3개월째 쓰고 있는데, 아무리 끓는 물에 소독을 해도 어딘가 모르게 미세하게 기름기가 남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뽀득뽀득한 맛이 없어서 그런가?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지 모르겠지만, 남편은 그냥 대충 쓰라는데 나는 이게 영 찝찝해서 계속 새 그릇을 검색하게 된다.
자기주도 이유식이 불러온 참사
자기주도 이유식을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흡착볼을 샀다. 식탁에 찰떡같이 붙어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 애는 그걸 떼어내려고 씨름을 하더라. 결국 힘이 센 아이 앞에서는 흡착볼도 무용지물이었다. 퍼기 흡착볼도 써보고, 나중에는 그냥 스테인리스 식판으로 바꿨다. 아기가 그릇을 엎을 때마다 식탁 의자 틈새로 이유식이 다 들어가는데, 이걸 치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한번은 아기가 식판을 아예 엎어버려서 바닥까지 이유식 파티가 났다. 그때는 진짜 울고 싶더라.
배달 이유식이랑 직접 만든 것 사이에서
정기배송도 시켜보고 내가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 사실 배달 오는 이유식은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 소분해야 한다. 150ml짜리 한 팩을 다 먹지 못하니까 덜어내야 하는데, 그때마다 또 그릇이 필요하다. 집에 있는 그릇만 열 개가 넘는 것 같다. 설거지통에 그릇이 쌓여있는 걸 보면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73세 이용식 씨가 손녀 이유식 먹이는 영상을 보면서 다들 감동이라는데, 나는 그 화면 속 그릇이 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저거 설거지하려면 진짜 힘들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진짜 엄마가 된 건가 싶기도 하고.
여전히 적당한 타협점을 찾는 중
결국 유아용 스테인리스 식판을 들였다. 실리콘보다 훨씬 위생적인 것 같긴 한데, 소리가 너무 요란하다. 아기가 숟가락으로 식판을 탕탕 두드릴 때마다 귀가 먹먹할 정도다. 그래도 어쩌겠나. 실리콘은 냄새 배고, 유리는 깨질까 봐 무섭고, 결국 남는 건 스텐뿐인가 싶다. 이 정착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다음 달이면 또 간식 그릇이 필요하다는데, 예쁜 거 사려다가 또 짐만 늘릴까 봐 오늘은 그냥 인터넷 창을 닫아버렸다. 이유식은 아기가 먹는 건데 왜 내가 더 고생하는 기분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흡착볼은 아이가 너무 잘 떼어내서 스테인리스 식판으로 바꾸는 모습이 이해가 되네요. 아기가 이유식을 엎어버릴 때마다 겪는 고충,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이유식 그릇 때문에 꽤 고민했어요. 넉넉하게 사는 그릇은 집에 쌓이고, 실제로는 하나도 안 쓰게 되더라고요.
실리콘 접시 냄새 때문에 계속 새로운 그릇을 찾으시는 거 보니, 저도 혹시 아가 이유식 먹인 도마에 냄새가 오래가는지 확인해봐야겠어요.
실리콘 접시 냄새 때문에 계속 새로운 그릇을 찾아보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