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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은 그릇들을 다 꺼내놓고 보니

찬장에 쌓아두기만 했던 그릇들

결혼하고 나서 선물로 받은 그릇 세트들이 참 많았다. 처음에는 아까워서 뽁뽁이도 제대로 풀지 않고 찬장 깊숙한 곳에 넣어뒀는데, 요즘은 그냥 하나씩 꺼내 쓰는 게 습관이 됐다. 특히 빌레로이앤보흐 찻잔 세트는 디자인이 예뻐서 샀는데, 막상 쓰려니 손잡이가 너무 작아서 손가락을 끼우기가 조금 불편하다. 한 손으로 잡으면 금방이라도 미끄러질 것 같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받치게 된다. 예쁘긴 정말 예쁜데, 바쁜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려고 꺼내 들 때마다 매번 이 작은 손잡이 때문에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매일 쓰기엔 부담스러운 면기

얼마 전 큰맘 먹고 새로 장만한 도자기 면기도 그렇다. 이게 사진으로 볼 때는 참 정갈하고 예뻤는데, 막상 국물 요리를 담아보니 생각보다 무게감이 상당하다. 라면 하나 끓여서 옮기려고 하면 손목이 뻐근할 정도다. 15,000원 정도 주고 샀던 것 같은데, 가격 대비 만족도는 디자인에 치중된 느낌이 강하다. 식탁에 올려두면 근사하긴 한데 설거지할 때마다 싱크대에 쾅 부딪힐까 봐 마음 졸이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한국도자기 밥그릇은 확실히 손에 착 감기는 맛이 있다. 예전엔 그냥 다 같은 밥그릇인 줄 알았는데, 무게 밸런스가 좋은 그릇은 확실히 쓸 때마다 기분이 조금 다르다는 걸 요즘 체감한다.

개인 접시와 트레이의 실용성

도자기 트레이는 몇 개 사두고 나니 은근히 쓸모가 많다. 손님 왔을 때 개인 접시로 내놓기도 하고, 그냥 과일 깎아둘 때 쓰기도 한다. 사실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가 싶었는데, 하나씩 낱개로 사 모으다 보니 세트 구성보다 훨씬 손이 자주 간다. 백화점에서 봤던 것들은 가격대가 꽤 높았는데, 인터넷에서 찾은 좀 더 저렴한 곳에서 구매했더니 마감이 살짝 아쉽긴 해도 일상에서 쓰기엔 충분하다. 비싼 그릇을 다 모아서 세트로 맞추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일이고, 나중엔 결국 내가 손에 잘 익은 것들만 남게 되더라.

스프볼이 밥그릇이 되는 순간

스프볼이라고 써진 그릇도 하나 있는데, 이게 굽이 살짝 있는 형태라서 밥그릇으로 써도 나쁘지 않다. 원래 용도는 스프 담는 거겠지만 뭐 어떤가. 내 식탁인데. 다만 도자기 제품들은 가끔 굽 부분이 거칠어서 식탁 매트가 긁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늘 밑에 뭔가를 깔아야 하는 귀찮음이 있는데, 가끔은 그냥 귀찮아서 안 깔고 쓰다가 식탁에 자잘한 흠집이 나는 걸 보면 ‘아, 그냥 얌전히 밑에 깔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사소하지만 이런 게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한다.

정리되지 않는 내 주방의 모습

빌레로이앤보흐 잔부터 한국도자기 컵까지, 종류가 섞이니 찬장이 정돈된 느낌은 전혀 없다. 예쁜 그릇 세트를 쫙 맞춰두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지런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맞추고 나면 깨질까 봐 오히려 더 못 쓰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는 차 마시다가 잔 하나가 미세하게 이가 나간 걸 발견했는데, 버리기도 애매하고 쓰기도 그래서 그냥 찬장 맨 뒤로 밀어 넣었다. 나중에 정리를 한 번 싹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적당히 꺼내서 씻고, 물기 털어두는 게 일상의 전부다.

“선물 받은 그릇들을 다 꺼내놓고 보니”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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