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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채전 하려다가 결국 칼을 다 던져버렸다

채칼을 산 이유와 첫 시도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감자채전을 보고는 홀린 듯이 재료를 사 왔다. 평소에 요리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바삭하게 구워진 감자채전 사진을 보니 갑자기 집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칼로 썰면 되겠지 싶었는데, 감자 두 알을 깎고 보니 손목이 벌써 시큰거렸다. 예전에 사둔 이름 없는 채칼이 하나 있었는데, 그걸 꺼내 보니 날이 다 무뎌져서 감자가 뭉개지기만 하더라. 결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평이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2만 원대 멀티 채칼을 하나 주문했다. 우엉 채칼로도 쓰고 무채나 당근 채 썰 때도 다용도로 좋다는 말에 혹했다.

너무 날카로운 건지 손을 베일까 봐 무섭다

물건을 받고 나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날이 생각보다 지나치게 날카로웠다는 점이다. 예전 옥소 채칼은 안전 홀더가 꽤나 튼튼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건 싼 걸 사서 그런지 홀더가 그냥 플라스틱 조각 같은 느낌이었다. 감자를 끝까지 갈아보겠다고 욕심을 부리다가 손가락 마디를 거의 썰어먹을 뻔했다. 빨간 피를 보진 않았지만, 그 이후로 채칼을 잡는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오히려 감자가 삐뚤빼뚤하게 썰리기 시작했다. 채칼을 쓰면 일정하게 썰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칼로 썰 때보다 더 엉망으로 썰리는 느낌이었다.

감자채전이 감자볶음으로 변하는 마법

결국 그렇게 힘들게 썰어놓은 감자채를 팬에 올렸다. 인터넷 레시피에서는 전분기를 살짝 빼고 전분 가루를 섞으라고 했는데, 나는 귀찮아서 그냥 올렸다. 이게 문제였을까. 불을 올리자마자 감자채들이 서로 하나도 안 엉겨 붙고 기름 위에서 각자 따로 놀기 시작했다. 바삭한 전을 기대했는데 팬 위에서 굴러다니는 건 누가 봐도 그냥 감자볶음이었다. 기름은 기름대로 다 먹고, 겉은 타는데 속은 안 익고. 중간에 마요네즈를 살짝 넣으면 뭉개지지 않는다는 글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급하게 한 스푼 넣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차라리 밖에서 사 먹는 감자채전이 훨씬 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정리가 제일 큰 숙제였다

요리를 다 마치고 나니 주방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채칼 사이사이에 낀 감자 조각들을 빼내는 게 정말 일이었다. 흐르는 물에 헹구면 되겠지 했는데, 날이 너무 날카로워서 수세미로 닦다가 수세미만 다 찢어졌다. 설거지하다가 손가락을 살짝 긁혔는데, ‘아, 내가 이걸 왜 샀지’ 싶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칼로 대충 썰어 먹던 때가 차라리 마음은 편했던 것 같다. 채칼은 싱크대 서랍 제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굳이 이걸 계속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결국 남은 감자들은 채칼로 써는 걸 포기했다. 그냥 일반 식칼로 툭툭 썰어서 찌개에 넣기로 했다. 사실 양배추 채 썰 때도 양배추 전용 칼이 있어야 잘 된다던데, 이 멀티 채칼은 어중간한 위치인 것 같다. 뭐든 다 잘 될 것 같아서 샀는데, 막상 써보면 손만 더 많이 가고 위험하기만 하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깔끔하게 채를 썰어서 예쁜 전을 부치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당분간은 채칼 없이 그냥 손으로 대충 썰어서 살아야겠다. 괜히 장비 탓을 하며 시간만 낭비한 것 같아 찝찝한 마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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