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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션 바꾸고 나서 뚝배기 버리기가 왜 이렇게 아까운지

가스레인지에서 인덕션으로 바꾼 뒤 생긴 일

결국 인덕션으로 바꿨다. 주방이 깔끔해진 건 좋은데, 막상 바꾸고 나니 생각지도 못한 고민이 생겼다. 그동안 잘 써오던 뚝배기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다. 다들 알다시피 뚝배기는 인덕션에 그냥 올리면 반응도 안 하고, 전용 제품이 아니면 아예 사용할 수가 없다. 예전에 경산 근처에서 뚝배기된장문화학교를 지나며 뚝배기에 담긴 정갈한 음식을 보고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주방에선 그 정취를 이어가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무균열 뚝배기라는 걸 사봤는데

어디선가 인덕션용 뚝배기, 특히 ‘무균열 뚝배기’ 같은 게 있다고 들어서 하나 장만해 봤다. 가격은 3만 원 후반대였던가, 대략 3~4만 원 선이었던 것 같다. 일반 뚝배기보다 확실히 바닥이 매끈하게 처리가 되어 있긴 한데, 처음 인덕션 위에 올릴 때 얼마나 긴장되던지. 혹시라도 쩍 소리가 나면서 깨지지 않을까, 아니면 인덕션 상판이 긁히지는 않을까 싶어 조심조심 올렸다. 사실 예전 쓰던 1만 원대 뚝배기보다 훨씬 비싼데, 끓는 속도는 왠지 가스레인지 시절보다 느린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게 기분 탓인지 아니면 정말 열 전달 효율이 다른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계란찜 하나 해 먹으려다 든 생각

어제는 계란찜을 하려고 이 뚝배기를 꺼냈다. 사실 그냥 전자레인지용 계란찜기를 쓰면 훨씬 빠르고 편한데, 굳이 또 뚝배기에 해야 맛이 나는 것 같아서 고집을 부렸다. 뚝배기 특유의 잔열 때문에 끝까지 따뜻하게 먹는 맛이 있긴 하다. 그런데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가스레인지보다 확실히 길다. 찌개그릇으로 쓰기엔 딱 좋은데, 아침에 바쁠 때는 도저히 손이 안 간다. 내가 왜 이걸 사서 이 고생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일반 냄비에 끓여 먹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뚝배기 바닥 닦는 게 일이다

제일 불편한 건 뒷정리다. 일반 뚝배기는 세제 흡수될까 봐 물에 담가두지도 못해서 바로바로 씻어내야 하는데, 인덕션용 뚝배기는 바닥면까지 신경 써서 닦아야 한다. 인덕션 상판에 닿는 바닥면이 오염되면 가열 효율이 떨어진다나 뭐라나. 그래서 매번 뚝배기 바닥을 체크하게 된다. 예전엔 그냥 툭 올려두고 끓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무슨 과학 실험이라도 하는 기분이다. 갈비탕이라도 한번 끓여 먹으려치면 설거지할 때마다 바닥면 보면서 한숨부터 나온다.

그냥 예전처럼 살 걸 그랬나

가끔은 뚝배기 대신 그냥 편하게 업소용 냄비나 쓸걸 하는 생각이 든다. 단호박을 찌거나 간단한 국물을 끓일 때도 뚝배기만 고집할 필요는 없는데, 괜히 그 감성 때문에 사서 고생하는 기분이다. 물론 찌개가 식지 않고 끝까지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풀리긴 하는데, 이 과정이 매번 즐겁지만은 않다. 그래도 일단 샀으니 어떻게든 더 써보긴 하겠지만, 다음에 또 뚝배기를 살 일이 있을지는 정말 모르겠다. 어차피 나중엔 다시 구석에 박혀있게 될까 봐 그게 조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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