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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한번 구워 먹고 나면 뒷수습이 더 큰일이다

삼겹살 기름과 사투를 벌이는 일요일 저녁

주말에 아이들이 고기를 찾길래 냉동실 깊숙이 넣어뒀던 삼겹살을 꺼냈다. 예전에는 식당 가서 먹는 게 속 편했는데, 요즘은 집에서 구워 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 불판을 꺼냈다. 식탁 위에 신문지를 두 겹 세 겹 깔고 시작하지만, 사실 고기 굽는 것보다 힘든 건 나중에 불판 아래 기름받이를 치우는 일이다. 어제도 30분 정도 정신없이 고기를 굽고 나니 기름받이에 물은 다 증발하고, 눌어붙은 기름이 지글지글 타는 소리가 났다. 그때 확 올라오는 그 냄새가 정말 곤욕이다. 뜨거울 때 닦아야 잘 닦인다는 건 알지만, 고기 먹고 나면 솔직히 만사가 귀찮아진다.

기름받이 물 채우는 게 정말 정답일까

가끔 고깃집에 가면 불판 기름받이 주변에 물을 자작하게 부어주는데, 그게 기름 튀는 걸 막아준다고 배웠다. 그런데 집에서 해보면 꼭 그 물이 금방 사라진다. 어제도 반쯤 부어놨던 물이 다 날아가고 기름만 덩그러니 남아서 눌어붙어 있더라. 차라리 기름받이에 물을 넣지 말고 종이 호일을 깔아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근데 막상 해보면 종이 호일이 찢어지거나 제대로 안 깔려서 기름이 밖으로 새는 대참사가 일어나곤 했다. 1만 원 내외의 저렴한 불판을 쓰다 보니 기름받이 구조 자체가 단순해서 뭘 해도 기름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후드 근처만 가면 느껴지는 끈적임

문제는 불판만이 아니다. 거실까지 고기 냄새가 퍼지는 걸 막겠다고 후드를 세게 틀어놓는데, 이게 또 나중에 후드 닦을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 최근에 하츠 노바 후드 같은 제품들이 기름받이나 전동댐퍼 같은 기능을 강조하던데, 그런 좋은 기계를 달면 좀 나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 우리 집 후드는 닦아도 닦아도 왠지 모르게 끈적함이 남아 있다. 특히 그 금속 망 필터 사이사이에 낀 기름때는 뜨거운 물에 과탄산소다를 풀어서 한참 불려야 겨우 벗겨진다. 이게 일주일에 한 번씩 할 짓인가 싶을 때가 있다.

방짜유기나 멜라민 그릇이 주는 묘한 차이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다 보면 그릇 선택도 은근히 신경 쓰인다. 예전에는 멜라민 그릇을 그냥 썼는데, 기름기가 묻으면 설거지할 때 미끄덩거리는 게 너무 싫어서 요즘은 되도록 스텐 반찬통이나 도자기 종류를 쓰려고 한다. 명절 때나 꺼내던 방짜유기 같은 건 관리하기 힘들어서 엄두도 못 내고, 결국 그냥 편한 게 최고라는 생각에 매번 똑같은 그릇을 꺼내게 된다. 뷔페에서 보는 그런 넓은 접시는 집에서 쓰면 설거지통에 넣기도 버겁고 자리만 많이 차지하더라.

스텐 깔대기 하나가 주는 미묘한 만족감

얼마 전에 다이소에 갔다가 스텐 깔대기를 하나 샀다. 기름받이에 남은 기름을 처리할 때 좀 깔끔하게 해보려고 산 건데, 이게 뭐라고 생각보다 쓰임새가 괜찮다. 기름을 그냥 하수구에 버리면 나중에 배관 막힌다고 해서, 빈 페트병에 모아서 버리기로 했다. 깔대기 대고 기름을 붓다 보면 가끔 손에 묻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냥 휴지로 닦아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사실 이게 무슨 대단한 살림 팁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고민해서 찾은 소소한 변화랄까.

결국 또 고기를 굽겠지

불판 아래 기름이 눌어붙은 걸 보면서 다음부터는 진짜 집에서 굽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또 마트에서 삼겹살 세일하는 걸 보고 자연스럽게 카트에 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기름 닦는 게 번거롭고 후드 냄새가 안 빠져도,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 보면 그냥 또 굽게 되는 것 같다. 설거지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다음에는 기름받이에 물을 좀 더 넉넉히 부어봐야 할지, 아니면 아예 다른 불판을 알아봐야 할지,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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