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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찍기가 귀찮아서 컵 슬리브 제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카페 오픈 초기에 만만하게 봤던 종이 슬리브 준비

동생이 골목길 한구석에 작은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오픈했을 때, 솔직히 다른 거대한 준비 과정에 비하면 컵홀더 같은 자잘한 부자재는 아주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 커피 머신을 고르고 인테리어를 뜯어고치는 과정에 비하면 종이 쪼가리 하나 맞추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초기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로고 인쇄가 없는 아주 평범한 무지 크라프트 종이 슬리브를 몇 박스 샀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가게 로고가 들어간 나무 스탬프 도장을 주문 제작해서 우리가 직접 하나씩 손으로 찍어서 쓰기로 했다. 이게 처음 몇십 개 찍을 때까지만 해도 나름 아기자기하고 감성도 돋보여서 재미있었다. 하지만 하루 평균 음료 판매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바빠지기 시작하자 이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퇴근하고 나서 어두운 매장에 앉아 잉크 냄새를 맡으며 서너 시간씩 도장을 찍고 있으면 온몸이 뻐근했고, 잉크가 마르는 시간 때문에 카페 바 테이블 위에 슬리브를 쫙 펼쳐놓아야 해서 영업 준비를 할 때마다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바쁜 시간대에 급하게 찍다 보면 로고가 삐뚤어지거나 잉크가 번져서 버리는 것도 많아 결국 제대로 인쇄 제작을 맡기자고 합의를 보았다.

기성품 무지 홀더와 인쇄 슬리브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간

기왕 새로 맞추는 거 깔끔하게 기성품 대신 자체 디자인을 넣은 인쇄 슬리브를 써보기로 하고 여러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기존에 쓰던 무지 슬리브는 한 장에 15원 안팎으로 굉장히 저렴한 가격대였는데, 로고를 인쇄해서 슬리브 제작을 하려고 단가표를 보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생각보다 단가 차이가 컸고, 인쇄 방식에 따라서도 견적이 천차만별이었다. 우리는 그냥 흔히 쓰는 합판 인쇄 방식을 생각했는데 독판 인쇄라는 것도 있었고 종이 재질도 스노우지, 모조지, 크라프트지 등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머리가 아팠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많이들 추천하는 해피팩 같은 비교적 대형 주문 제작 사이트들을 돌며 견적을 내봤는데, 수량이 적으면 장당 단가가 기성품의 너덧 배 이상으로 뛰었고, 단가를 낮추려면 어마어마한 양을 한 번에 주문해야 하는 구조였다. 디자인을 단순하게 1도 실크 인쇄로 할 것인지, 아니면 칼라 인쇄를 넣을 것인지 선택하는 것부터가 고민의 연속이었다.

커피 컵 사이즈와 슬리브 규격이 맞지 않아 겪은 시행착오

하지만 진짜 복병은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커피컵사이즈와 슬리브 규격의 궁합 문제였다. 우리는 당시에 아이스 음료용으로 14온스 투명 플라스틱 컵을 쓰고 있었고, 따뜻한 음료용으로는 10온스 종이컵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디자인 업체의 상세 페이지를 보니 대부분의 슬리브가 10온스부터 16온스까지 공용으로 쓸 수 있다고 적혀 있어서 아무 의심 없이 하나의 규격으로 통일해서 주문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행히 주문 전에 혹시 몰라 기존에 쓰던 컵들과 호환이 잘 되는지 샘플을 받아서 끼워봤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플라스틱 컵은 브랜드나 제조사마다 미세하게 경사도와 지름이 달랐는데, 우리가 쓰던 14온스 컵에 슬리브를 끼우니 너무 헐렁해서 컵을 손으로 쥐었을 때 슬리브만 위로 쏙 빠지고 컵이 아래로 떨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생겼다. 반대로 종이컵에는 너무 뻑뻑하게 끼워져서 컵 모양이 찌그러지기도 했다. 슬리브라는 게 그냥 종이 띠 한 장인 줄 알았는데, 미세한 각도 차이로 사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닫고 부랴부랴 컵 제조사에 전화해서 규격을 다시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생각보다 비싸고 자리만 많이 차지하던 최소 주문 수량

그다음으로 마주한 문제는 역시 돈과 보관 공간의 한계였다. 인쇄 단가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장당 20원대 중후반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최소 10,000장은 주문해야 했다. 총금액으로 따지면 대략 28만 원 정도라 예산 면에서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만 장이라는 수량이 차지할 부피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우리 가게는 실평수가 7평 남짓한 아주 협소한 테이크아웃 매장이라 별도의 창고 공간이 전혀 없었다. 만 장이 담긴 커다란 종이 상자 네 박스가 매장에 입고되는 순간을 상상하니 숨이 턱 막혔다. 그렇다고 부피 부담을 줄이려고 1,000장만 소량으로 주문제작을 하자니 장당 단가가 80~90원까지 치솟았고 배송비까지 별도로 청구되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결국 동생과 상의 끝에 매장 구석 복도 쪽에 박스를 쌓아두고 조금 좁게 지내더라도 단가를 아끼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모니터로 보던 색상과 실제 인쇄된 종이의 괴리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디자인 파일의 색상 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우리가 포토샵으로 대충 작업해서 보낸 시안의 색상 모드가 RGB로 되어 있어서 인쇄용인 CMYK로 변환하면 실제 인쇄 시 색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니터로 볼 때는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살구빛 핑크색이었는데, 인쇄용 색상으로 변환된 시안을 이메일로 받아보니 어딘가 칙칙하고 어두운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담당 디자이너와 실시간으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색상 값을 조정하고 시안 수정을 거듭하는 데만 꼬박 4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최종 시안을 확정하고 나서 인쇄 공장에서 제작되어 우리 매장 앞에 택배 상자가 도착하기까지는 또 8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결국 처음 알아보기 시작해서 물건을 실제로 손에 쥐기까지 12일 정도가 걸린 셈이다. 상자를 뜯어 확인한 슬리브는 다행히 컵에 잘 맞았지만, 종이 질감 특유의 흡수성 때문에 색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둡고 텁텁하게 나와서 살짝 실망스러웠다.

결국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는 흐릿한 결론

결국 그 미묘하게 칙칙한 색감의 슬리브를 우리는 지금까지도 매일 손님들에게 끼워서 내보내고 있다. 다행히 매장을 찾는 손님들은 홀더의 색상이 원래 기획했던 것보다 조금 칙칙하게 나왔는지 어쩐지 전혀 관심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 우리 스스로만 매일 아침 커피를 타면서 ‘다음에는 꼭 색상 조절을 더 신경 써서 해야지’ 하고 혼자 속으로 아쉬워할 뿐이다. 게다가 손님용 화장실로 이어지는 좁은 복도 통로에 여전히 거대하게 쌓여 있는 종이 상자들을 볼 때마다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매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직도 남은 재고가 수천 장은 족히 넘어서 앞으로 몇 달간은 이 좁은 복도를 감수하며 지내야 할 것 같다. 다음번에 다시 주문할 기회가 온다면 차라리 디자인을 아예 무채색 단색으로 아주 단순하게 만들거나, 공간을 덜 차지하도록 단가가 좀 비싸더라도 소량씩 나누어 주문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불확실한 고민을 여전히 해본다.

“도장 찍기가 귀찮아서 컵 슬리브 제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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