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손에 잡는 조리도구는 주방에서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물건이다. 예쁜 디자인에 현혹되어 구매했다가 정작 손이 가지 않아 구석에 처박아둔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쇼핑 컨설턴트로 일하며 수많은 제품을 테스트해 본 결과 조리도구는 화려한 기능보다 내 손에 익는 그립감과 세척의 용이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주방용칼을 예로 들어보자. 날렵한 칼날을 자랑하며 마케팅하는 제품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칼날의 두께와 손잡이의 무게 중심이다. 가정에서 매일 양파를 썰거나 고기를 다듬을 때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무게는 대략 150그램에서 200그램 사이가 가장 적당하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칼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매일 사용하기에는 버겁다. 비싼 칼을 사놓고도 정작 막 쓰는 칼만 쓰게 되는 이유는 결국 그 편안함의 차이 때문이다.
도마 재질에 따른 위생과 관리의 상관관계
조리도구 중에서도 도마는 위생과 직결되는 핵심 아이템이다. 과거에는 칼자국이 적게 남는다는 이유로 딱딱한 플라스틱 도마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칼날의 수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어떤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편백도마는 향이 좋고 칼날을 부드럽게 받아주지만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향균도마는 가공된 소재의 특성상 세척이 간편하고 건조가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열탕 소독이 불가능한 제품이 많다는 것이 실질적인 단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육류와 채소를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최소 2개 이상의 도마를 준비하는 것을 권장한다.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을 들여 세척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세워두는 습관만으로도 도마의 수명은 2배 이상 늘어난다.
조리도구 선택의 단계별 판단 기준
어떤 조리도구를 사야 할지 고민될 때 다음 3단계 과정을 거쳐보기를 바란다. 첫째, 현재 나의 주력 메뉴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매일 국물 요리를 한다면 스텐집게의 내구성이 가장 중요하고 볶음 요리가 많다면 실리콘주방용품이 대안이 된다.
둘째, 현재 보유한 용기와의 호흡을 확인하라. 코팅 프라이팬을 주로 쓰면서 날카로운 스텐 조리도구를 사용하면 코팅이 금세 벗겨진다. 이 경우 실리콘 소재의 뒤집개나 젓가락으로 교체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셋째, 관리 난이도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매번 기름칠을 해야 하는 원목 소재를 쓸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스텐이나 실리콘으로 가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단순히 남들이 좋다고 하는 도구를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요리 패턴에 맞추어 도구를 최적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텐 조리도구의 실용적인 관리법
스텐바트나 스텐집게 같은 금속 소재 조리도구는 반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첫 사용 전 연마제를 제거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복잡한 화학 용액을 쓸 필요는 없다. 식용유를 키친타월에 묻혀 틈새를 닦아낸 뒤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10분 정도 담가두면 된다. 이렇게 한 번만 공을 들이면 이후에는 식기세척기 사용도 자유롭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가끔 스텐 제품에 무지개색 얼룩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미네랄 성분이 남은 것이라 인체에 해롭지 않다. 식초 한 방울을 섞은 물로 가볍게 닦아내면 금방 사라진다. 이런 작은 관리법만 알고 있어도 도구 하나를 몇 년 더 사용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주방은 좁은 공간일수록 도구가 적어야 효율이 난다. 조리도구를 고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한 번에 세트로 구매하는 버릇이다. 세트 구성품 중에는 반드시 사용하지 않는 도구가 섞여 있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필요한 것만 하나씩 구매하는 습관을 들이면 주방 서랍의 복잡함을 덜어낼 수 있다. 지금 당장 서랍을 열어 지난 1년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조리도구가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그것을 비워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맞는 조리도구의 기준이 명확해질 것이다.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대형 쇼핑몰의 후기보다는 실제로 요리하는 커뮤니티의 일주일 이상 사용 후기를 찾아보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