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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쁜 그릇은 설거지할 때마다 마음이 쓰인다

폴바살 그릇을 충동적으로 사고 나서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느낌의 폴바살 그릇을 덜컥 주문했다. 사실 처음엔 그저 음식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올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뿐이었다. 시라쿠스나 카네수즈 같은 브랜드 이름들을 커뮤니티에서 하도 많이 보니까 마치 필수템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외국 호텔 조식 접시 같은 그 분위기가 탐이 났다. 막상 도착한 상자를 열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묵직했다. 화이트 식기에 그려진 얇은 라인이 실제로 보니 꽤 정갈해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이걸 매일 꺼내 쓰려니 생각보다 손이 잘 안 가는 미묘한 불편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멜라민과 도자기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

예전에 쓰던 가벼운 멜라민 그릇들에 비하면 이건 정말 무겁다. 설거지를 할 때마다 혹시나 싱크대 볼에 부딪혀서 이가 나가지 않을까 조심하게 되는데,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다. 가끔 급하게 저녁을 차릴 때 무거운 그릇들을 겹쳐서 옮기다 보면 손목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진다. 물론 예쁘기는 정말 예쁘다. 대충 만든 김치볶음밥을 담아도 왠지 근사한 카페 메뉴처럼 보이는 마법이 있기는 한데, 평소에 설거지 양이 많은 날에는 결국 가장 만만한 가벼운 그릇들을 먼저 집게 된다. 5~6만 원대 세트로 맞춰두고도 정작 찬장 안쪽에서 잠자고 있는 접시들이 생기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주방 정리와 원목 트레이의 조화

그릇들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수납 고민이 찾아왔다. 예전에 사둔 원목 트레이에 그릇들을 차곡차곡 쌓아봤는데, 이게 보기엔 정말 평화롭다. 그런데 실제로 쓰려고 하면 맨 아래에 있는 접시를 꺼내기가 너무 번거롭다. 일본 수입 주방용품 매장에서 봤던 그 정갈한 정리는 역시 쇼룸에서나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샴페인잔이나 조리도구 세트까지 하나둘씩 비슷한 톤으로 맞추고 나니 주방 전체 분위기는 확실히 차분해졌는데, 기능성 면에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리를 하면 할수록 그릇의 개수보다 ‘내가 얼마나 자주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있다.

비싼 값을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수입 그릇이라 디자인 값이 있다고들 하지만, 가끔 2만 원대 국산 그릇과 비교해보면 과연 이 가격 차이가 실용성에서 오는 건지, 아니면 브랜드 이미지에서 오는 건지 의문이 남는다. 물론 식탁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칙칙한 저녁 식탁 위에 뽀얀 그릇을 하나 올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매일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일상 속에서는 이런 감성보다 손에 닿는 편안함이 더 중요할 때가 더 많다는 걸, 직접 써보고 나서야 뒤늦게 실감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채우는 찬장

이제는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겨서, 매일 쓰는 그릇과 손님용 그릇을 철저히 분리했다. 예쁜 디자인 때문에 샀지만 실용적이지 못해 처박아두는 것보다는, 아예 예쁜 장식장 같은 곳에 꺼내두고 가끔 꺼내 쓰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테이블폴리오 같은 쇼핑 앱들을 보면서 또 다른 접시를 장바구니에 담을지 말지 고민하는 내 모습이 조금 웃기기도 하다. 예쁜 접시가 가져다주는 짧은 행복과 매일 마주해야 하는 현실적인 설거지 사이에서 여전히 균형을 잡는 중이다. 아마 다음번에는 좀 더 가볍고 관리하기 편한 소재를 찾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막상 예쁜 신상 그릇을 보면 또 마음이 흔들릴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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