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가위 하나로 시작된 검색의 늪
11번가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한다고 알림이 계속 오길래 심심풀이로 들어갔다가 엉뚱한 것만 계속 보고 있다. 사실 처음엔 식기세척기 세제나 사려고 했던 건데, 검색어 자동완성에 ‘피스카스 주방가위’가 자꾸 눈에 밟히는 거다. 가위계의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여기저기 붙어있으니 괜히 지금 쓰는 다이소 가위가 갑자기 좀 무뎌 보이고, 고기 한 점 제대로 안 썰리는 것 같고 그런 기분이 들더라. 주방 도구라는 게 참 이상하지. 멀쩡히 잘 쓰던 것도 누가 좋다고 하면 갑자기 수명이 다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다.
티타늄 후라이팬을 샀어야 했나 싶은 생각
가위를 장바구니에 넣고 나니 이번엔 또 뭐가 보이냐면 세라믹 코팅 후라이팬들이 쏟아져 나온다. 피스카스가 가위만 만드는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캠핑용 도구나 다른 주방 용품도 꽤 많더라고. 티타늄 팬도 있고 뭐 종류가 되게 다양하다. 가격대를 보니까 대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이게 막 엄청나게 비싼 건 아닌데 그렇다고 그냥 덜컥 사기엔 또 고민되는 애매한 가격대다. 예전에 캠핑 시작한다고 피스카스 캠핑 도끼 구경했던 기억이 났는데, 설마 주방 후라이팬까지 이 브랜드로 맞춰야 하나 싶어 혼자 좀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집에 있는 것도 코팅이 슬슬 벗겨지기 시작해서 바꾸긴 해야 하는데, 세라믹이 나을지 티타늄이 나을지 결정을 못 내리겠더라.
관리는 결국 손맛이라는 현실
사실 좋은 후라이팬을 산다고 요리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관리를 잘할 자신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검색창만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티타늄 팬이 오래간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세라믹이 환경호르몬 걱정 없어서 좋다고 하니 결정 장애만 더 심해질 뿐이다. 어차피 사면 몇 달은 정성 들여 닦다가 결국 설거지 귀찮아서 막 쓰게 될 게 뻔한데 말이다. 예전에 샀던 꽤 비싼 소테팬도 지금은 구석에 처박혀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명품’이라는 단어에 혹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하는 이 짓을 왜 하고 있는지.
시간만 축내는 쇼핑 검색
거의 한 시간 넘게 커뮤니티랑 쇼핑몰 사이트를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피스카스 가위가 그렇게 잘 썰린다는데, 그걸 사면 정말 내 요리 환경이 드라마틱하게 변할까? 캠핑 가서 고기 썰 때나 집에서 김치 자를 때나 지금 가위도 딱히 불편하진 않은데 왜 이렇게 새로 사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11번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끝날 때까지 아마 이 고민을 계속하다가 결국은 그냥 잊어버리거나,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위만 하나 결제하게 될 것 같다.
어중간하게 마무리된 고민
결국 고민 끝에 가위는 일단 장바구니에 둔 채로 창을 닫았다. 후라이팬은 지금 쓰는 거 좀 더 버티다가 정말 바닥이 다 까져서 계란 후라이가 안 떨어질 때 그때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왠지 지금 사면 또 후회할 것 같은, 그러니까 굳이 안 사도 되는데 계속 기웃거리는 그런 상태다. 다들 이렇게 주방 용품 하나 바꾸는 걸로 한참을 고민하나 싶다가도, 어차피 다 자기만족 아니겠나 싶기도 하고. 며칠 뒤면 또 까먹고 그냥 지금 쓰던 거 계속 쓰고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