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사시미칼을 집에 들인 뒤로 생기는 사소한 불편함들

호기심에 덜컥 사버린 다마스커스 중식도와 사시미칼

솔직히 요리를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니다. 그냥 유튜브에서 화려한 칼질을 보고 있자니 나도 뭔가 멋진 도구가 있으면 그럴듯한 요리가 뚝딱 나올 것 같은 그런 착각에 빠졌던 것 같다. 그래서 덜컥 구매한 게 다마스커스 무늬가 들어간 중식도와 흔히 말하는 사시미칼이었다. 처음 받았을 때의 그 날카로운 광택은 정말 대단했다. 무슨 대단한 요리사라도 된 기분이 들어서 괜히 양파 하나를 썰어도 손목 스냅을 크게 써보곤 했다. 사실 일반 주방용 칼 세트만 있어도 충분한데, 굳이 이런 걸 왜 샀을까 싶을 때가 요즘 가끔 있다. 막상 사용해보니 일반적인 가정집 주방 환경과는 묘하게 안 맞는 구석이 너무 많아서 당황스럽다.

칼연마기의 딜레마와 생각보다 까다로운 관리

이런 칼들은 정말 잘 들지만, 그만큼 무뎌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예전에 쓰던 저렴한 세라믹 칼은 그냥 대충 쓰다가 버리면 그만이었는데, 이건 돈을 좀 주고 산 거라 버릴 수도 없고 애물단지가 되어간다. 집에 있는 일반적인 칼연마기로는 이 날카로움을 다시 살리기가 역부족이었다. 칼날의 각도가 일반 칼과는 달라서 괜히 갈았다가 날만 더 망가뜨릴까 봐 겁이 난다. 결국 전문적으로 갈아주는 곳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2~3만 원 정도 하는 수동 숫돌 세트를 사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따라 해봤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니다. 한 번 갈 때마다 30분은 족히 걸리는데, 그렇게 땀을 흘리고 나면 정작 요리할 기운이 다 빠져버린다. 가끔은 그냥 잘드는 가위로 대충 고기를 자르던 때가 훨씬 편했다 싶기도 하다.

주방에서 마주하는 뜻밖의 위화감

가장 난감한 건 평범한 반찬을 만들 때의 이질감이다. 멸치를 볶거나 감자채를 썰 때 굳이 묵직한 중식도나 길쭉한 사시미칼을 꺼내는 게 스스로도 조금 웃기다. 특히 사시미칼은 날이 길어서 좁은 도마 위에서 다루기가 굉장히 불편하다. 좁은 싱크대 공간에서 칼을 씻고 말릴 때도 문제다. 실수로 칼날 끝에 손이 닿을까 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게 생각보다 스트레스다. 업소용 냄비를 닦을 때처럼 무심하게 설거지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걸 사기 전엔 미처 몰랐다. 낚시를 좋아해서 회를 쳐 먹을 요량으로 산 거라면 몰라도, 일상적인 요리에 이런 도구들은 확실히 ‘과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용도에 맞지 않는 물건이 주는 피로감

가끔 유튜브에서 보는 전문 요리사들의 손놀림을 보며 대리 만족하는 것으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사시미칼의 그 매끄러운 절삭력은 확실히 고기를 썰 때나 연어 같은 걸 손질할 때는 예술이다. 파채를 썰 때도 세라믹 칼보다는 확실히 시원하게 잘린다. 하지만 고작 파채 하나 썰려고 이 무거운 도구를 꺼내고, 다시 씻어서 물기를 닦고, 습하지 않은 곳에 보관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이게 요리를 하는 건지 칼을 모시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마도 다음에 칼을 새로 사야 할 상황이 온다면, 그땐 아마 디자인보다는 무조건 가볍고 설거지 편한 실용적인 제품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남는 아쉬움과 보관의 어려움

사실 지금도 이 칼들을 처분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당근마켓에 올리자니 괜히 아깝고, 그렇다고 계속 쓰자니 매번 긴장해야 하는 게 번거롭다. 며칠 전에는 굴칼을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가, ‘지금 있는 칼 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데 또 무슨 칼이야’ 싶어서 결국 취소했다. 칼이라는 게 단순히 잘 들고 안 들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일상 루틴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드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내 주방은 지나치게 날카로운 도구들이 내 일상의 속도와는 조금 어긋나 있는 느낌이다. 당장 버리진 않겠지만, 아마 당분간은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평소 쓰던 일반 식도만 쓰게 될 것 같다.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무언가 잘 갖춰졌다고 해서 삶이 편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사시미칼을 집에 들인 뒤로 생기는 사소한 불편함들”에 대한 4개의 생각

  1. 멸치볶을 때 사시미칼 꺼내면 너무 과한 느낌이에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라 그런가, 평범한 요리에는 칼의 종류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답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