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 불꽃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거창하게 3구짜리 빌트인 인덕션을 설치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여름에 가스레인지 앞에서 요리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그 열기가 너무 버거웠을 뿐이다. 대학로 축제 같은 곳에서 린나이 1구 인덕션을 경품으로 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냥 ‘작은 거 하나 있으면 편하겠다’ 싶었는데, 결국 내 손에 들어온 건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라인이었다. 빌트인 3구를 사기엔 주방 구조도 애매하고 비용도 60만 원대가 훌쩍 넘어가서 일단 1구로 버텨보자는 마음이 컸다.
좁은 주방에 툭 튀어나온 1구의 존재감
막상 제품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부피가 있었다. 예전 가스레인지 옆에 올려두니 공간이 꽤 많이 차지한다. 상판이 글라스 재질이라 예쁘기는 한데, 요리를 하다 보면 금방 뭐가 묻어서 닦아내느라 바쁘다. 예전에 쓰던 투박한 가스레인지는 그냥 대충 닦아도 그만이었는데, 이건 뭐가 묻으면 자꾸 눈에 거슬려서 행주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요리 시작보다 상판 닦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1구 인덕션이라 화력이 답답할 줄 알았는데, 라면 물 끓이는 속도는 확실히 빠르다. 다만, 작은 냄비를 올리면 인덕션 상판이 휑해 보여서 괜히 큰 냄비를 꺼내게 된다.
소음과 팬 돌아가는 소리에 적응하는 시간
처음엔 소음 때문에 좀 놀랐다. 가스레인지는 불 켜면 소리가 안 나는데, 얘는 전원을 켜고 화력을 올리면 ‘위잉’ 하는 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처음엔 무지 거슬렸다. 특히 조용한 밤에 야식으로 계란 프라이 하나 하려고 켜면 온 집안에 ‘나 요리 시작한다’라고 광고하는 기분이다. 웰치 같은 다른 브랜드 제품들도 찾아봤는데, 소비전력 3400W짜리 LG 모델과 비교했을 때 결국 AS 생각해서 큰 브랜드로 온 건데 이 소음까지 감수해야 하는 건지 가끔 회의감이 든다. 그래도 가스 냄새가 안 난다는 건 진짜 큰 장점이다.
찌개 끓일 때의 묘한 안도감
된장찌개를 끓이다가 잠깐 한눈을 팔아도 넘칠까 봐 조마조마하지 않는 건 확실히 편하다. 예전엔 가스 불꽃이 냄비 밖으로 튀어나와서 그릇 손잡이까지 뜨거워지는 게 일상이었는데, 인덕션은 냄비 바닥만 뜨거워지니까 손잡이 잡기가 훨씬 수월하다. 다만 1구라 국 끓이고 나서 밥을 볶거나 반찬을 하려면 다시 냄비를 옮겨야 한다. 이게 3구를 다들 왜 사는지 몸소 체험하는 과정인가 싶기도 하다. 요리 도중에 냄비를 바닥에 내려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은근히 많다.
여전히 남은 미련과 불편함 사이
지금 이 상태로 계속 지낼지, 아니면 돈을 더 들여서 3구로 완전히 갈아엎을지 결정을 못 내렸다. 3구 인덕션을 보면 ‘나도 저거 있으면 요리가 훨씬 빨라지겠지’ 싶다가도, 60만 원이 넘는 비용과 별도로 들어가는 설치비 생각을 하면 다시 1구의 소박함에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1구가 작아서 답답하긴 해도 청소하기엔 또 이만한 게 없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가스레인지 시절처럼 냄비를 툭 내려놓다가 인덕션 상판을 긁을까 봐 흠칫 놀라곤 한다. 이 습관이 고쳐지는 게 먼저일지, 아니면 3구 인덕션을 들여놓는 게 먼저일지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