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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칼, 이걸로 갈아도 되나 싶었던 날

정말 오래된 칼들이 집에 몇 개 있다. 명절 때 선물로 들어온 것들도 있고, 그냥 쓰다 보니 정들어서 못 버리고 있는 것들도 있고. 특히 김치 칼이나 과도 같은 건 자주 쓰지도 않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서 좀 그렇긴 했다. 근데 얼마 전에 칼이 좀 무뎌졌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무슨 말이냐면, 토마토 껍질을 깎는데 미끄러지는 거다. 원래는 껍질이 쫙 하고 벗겨져야 하는데, 자꾸 뭉개지는 느낌? 그때부터 ‘아, 이거 칼 갈아야겠다’ 싶었다.

칼 가는 거, 처음엔 쉬워 보였지

주변에 물어보면 칼 가는 데 그렇게 돈 들이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냥 철물점 가서 갈아달라고 하면 된다거나, 아니면 요즘은 칼 가는 서비스도 있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일단 집에서 내가 뭘 해볼 수 있을까 싶었다. 검색해보니 칼 가는 돌, 그러니까 오일스톤 같은 게 있더라. 이걸로 집에서 갈면 된다고.

그래서 쿠팡에서 제일 싼 오일스톤을 하나 샀다. 배송 오자마자 바로 써봤다. 설명서도 뭐… 그냥 그림 몇 개랑 글씨 몇 줄이 다였다. 근데 뭐 칼 갈아봤자 얼마나 복잡하겠나 싶었다. 칼을 돌 위에 올려놓고 슥슥 문지르면 되는 거 아니야?

생각보다 안 갈리는 칼과 나의 팔목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너무 안 갈렸다. 힘을 얼마나 줘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어느 각도로 해야 하는지도 감이 안 왔다. 설명서에 나온 각도대로 한다고 하는데도, 칼날이 돌 위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느낌이랄까.

한 10분쯤 문질렀나? 손목이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 땀도 나고. 칼날을 자세히 보니 뭔가 미세하게 갈린 흔적은 보이는데, 이게 과연 날카로워졌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토마토를 다시 깎아봤는데, 여전히 미끄러졌다. 아니, 전보다 더 미끄러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맞나 싶을 때의 애매함

이 오일스톤으로 갈면 칼이 제대로 갈리는 건지, 아니면 내가 잘못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칼이 너무 무뎌진 상태였던 건가 싶기도 하고. 칼을 몇 개 더 시도해봤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팔만 아프고 칼은 여전히 둔탁한 느낌.

어떤 유튜브 영상 보니까 어떤 사람은 칼을 100번씩 문지르라고 하더라. 100번? 내 손목이 버틸 수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칼 종류마다 갈아야 하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고 하니, 내가 가진 칼이 몇 종류인데 그걸 다 공부해서 하기도 좀 그랬다.

결국 부르게 된 ‘칼 가는 서비스’

몇 번 더 해보려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에서 ‘칼 가는 서비스’를 검색했다. 가격은 꽤 다양했다. 어떤 곳은 칼 하나에 5천 원이라고 하고, 어떤 곳은 세트로 2만 원부터 시작하는 곳도 있었다. 나는 그냥 집에서 제일 많이 쓰는 과도랑 식칼 두 개만 맡기고 싶었는데, 보통은 세트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좀 고민하다가, 그냥 동네 철물점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동네 철물점 아저씨가 칼을 갈아주신다고 했다. 가격은 두 개에 5천 원. 오일스톤 산 가격이랑 얼마 차이도 안 나고, 팔도 안 아프고. 이걸 진작 할 걸 그랬다.

그래서, 칼은 잘 갈렸을까

며칠 뒤에 철물점에 다시 가서 칼을 찾아왔다. 겉보기엔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는데, 일단 과도를 들어서 토마토를 썰어봤다. 와, 진짜 잘 썰린다. 껍질도 쫙 하고 미끄러지듯이 썰리고, 토마토가 뭉개지지도 않는다. 식칼로 뭘 썰어도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왜 이걸 이제야 했나 싶더라.

집에서 오일스톤으로 열심히 해봤자 제대로 갈리지도 않고 손목만 아프느니, 차라리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시간도 돈도 아끼는 길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물론 칼을 정말 잘 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오일스톤으로도 충분히 하겠지만, 나처럼 감도 없고 팔심도 없는 사람에게는 그냥 돈 주고 맡기는 게 답인 것 같다. 앞으로 칼 무뎌지면 그냥 바로 철물점으로 가려고 한다. 괜히 집에서 끙끙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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