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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레인지 떼어내고 인덕션 들인 날의 묘한 기분

갑작스럽게 결정한 주방 환경 변화

이사 오면서 가장 고민했던 게 주방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쓰던 가스레인지를 가져올까 싶었는데, 주변에서 다들 요즘 누가 가스 쓰냐고 한마디씩 거드는 바람에 팔랑귀가 좀 흔들렸다. LG전자 가전 견적을 이것저것 뽑다가 눈에 들어온 게 BEF3WWQT 모델이다. 이게 3구짜리인데, 인덕션 하나 바꾼다고 뭐 얼마나 달라지겠나 싶었지만 막상 설치하고 나니 주방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렌털로 할까 일시불로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속 편하게 진행했는데, 사실 한 달 렌털 비용이 식비 생각하면 가끔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막상 끓는 속도 보면 또 잘했다 싶고 참 애매하다.

생각보다 컸던 설치의 난관

설치 기사님이 오셨을 때가 기억난다. 싱크대 상판 타공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한참을 땀 흘리셨다. 우리 집은 기존에 쓰던 게 빌트인이긴 했는데, 이게 모델마다 규격이 조금씩 달라서인지 자르고 다듬는 소음이 장난 아니었다. 거실에 앉아 있는데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인덕션 설치가 이렇게 먼지 나고 시끄러운 작업인지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 날을 잡았을 텐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내내 서 있었다. 옆에서 보는데 인덕션 테두리 마감이 생각보다 날카로워서 손이 베이지 않을까 걱정도 좀 됐고 말이다. 결국 한 시간 넘게 걸려서야 자리를 잡았는데, 설치가 끝나고 나니 주방이 훨씬 깔끔해 보이긴 하더라.

느릿한 손가락 반응이 주는 답답함

BEF3WWQT를 쓰면서 제일 처음 적응 안 됐던 건 터치 조작부였다. 물기가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인식이 잘 안 된다. 요리하다가 마음이 급해서 막 눌러보는데, 이게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반응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예전에는 그냥 다이얼 돌리면 끝이었는데, 이건 전원 켜고 화구 선택하고 화력 조절하고… 단계가 늘어난 느낌이다. 물론 안전을 생각하면 이게 맞는 거겠지만, 가끔 찌개 넘치기 직전에 불 줄이려고 손가락으로 연타하고 있으면 내가 인덕션에 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헛웃음이 난다. 그래도 확실히 청소는 편하다. 예전엔 삼발이 다 빼서 닦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행주로 슥 닦으면 끝이니 그건 정말 인정이다.

기존 냄비 다 버려야 하나 싶었던 고민

인덕션 전용 용기를 따로 사야 한다는 걸 간과했다. 집에 있던 냄비 중 몇 개는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서 인덕션 위에서 뱅글뱅글 돈다. 냄비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거슬려서 결국 새로 몇 개 샀다. 그 과정에서 돈이 꽤 들어갔다. 가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냄비까지 세트로 맞추려니 지출이 예상 범위를 벗어났다. 특히 아끼던 뚝배기를 못 쓰게 된 게 가장 아쉽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뚝배기가 진리인데, 인덕션 위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다들 인덕션으로 바꾸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예전 뚝배기 감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가끔은 서운할 때가 있다.

아직은 낯선 3구 동시 사용

3구라고 해서 다 같은 3구가 아니다. 화력을 세게 올리면 다른 화구는 출력이 제한되는 것 같은데, 이게 매번 일관된 게 아니라서 은근히 머리를 써야 한다. 국 끓이면서 옆에서 생선 굽고, 다른 한쪽에서는 물 끓이고 싶을 때 화력 분배가 내 마음처럼 안 될 때가 있다. 물론 1분 1초가 급한 전문 요리사도 아니니 큰 문제는 아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똑똑한 기계’에 맞추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 좀 필요하다. 그래도 가스레인지 켤 때마다 나는 특유의 그 냄새가 사라진 건 정말 좋다. 집 안 공기가 한결 쾌적해진 기분이라고 할까. 완벽하게 만족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다시 가스레인지로 돌아가라고 하면 그것도 또 망설여질 것 같다. 이 기묘한 적응기는 아마 당분간 계속될 듯싶다.

“가스레인지 떼어내고 인덕션 들인 날의 묘한 기분”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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