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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서랍을 열 때마다 후회하는 일들

어쩌다 보니 쌓여버린 주방 도구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설거지통을 보는데 한숨부터 나왔다. 그냥 대충 해서 먹고 치우려고 했는데, 왜 항상 요리 한번 하고 나면 주방이 전쟁터가 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이유식조리도구까지 정리하느라 주방을 한바탕 뒤집어엎었더니, 정작 내가 평소에 뭘 쓰는지도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예전에 인터넷 광고에 홀려서 샀던 빈티지커트러리 세트가 나왔는데, 이게 쓰기엔 너무 불편해서 구석에 박아뒀던 기억이 났다. 보기는 예쁜데 막상 식사할 때 쓰면 입안에 닿는 느낌이 묘하게 불편해서 결국 다시 싱크대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주방용품은 왜 사도 사도 끝이 없는 걸까.

스텐팬과 끈질긴 사투

한참 스텐팬이 유행할 때 큰맘 먹고 꽤 비싼 가격인 15만 원 정도를 주고 산 팬이 있다. 처음에는 열 조절만 잘하면 코팅팬보다 훨씬 건강하고 오래 쓸 수 있다고 해서 신나게 샀는데, 현실은 기름 두르고 온도 맞추는 게 매일 아침 수행하는 고행 같다. 계란후라이 하나를 해도 눌어붙기 일쑤고, 나중에는 설거지하면서 수세미로 벅벅 닦느라 내 손목만 나가는 기분이다. 얼마 전에 동네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요새 일식그릇이나 초밥접시 같은 거 모으는 사람들도 결국은 관리 때문에 다시 편한 도구로 돌아간다고 하던데, 나도 슬슬 그런 마음이 든다. 칼갈이기계까지 따로 사서 뒀는데 그것도 서랍 한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중이다. 도구를 갖추는 게 실력을 보완해 줄 거라 믿었던 내 과거의 생각이 좀 우습게 느껴진다.

식중독 뉴스에 찔리는 양심

요즘 날씨가 더워지니까 뉴스에서 식중독 예방 5대 수칙 같은 걸 계속 내보낸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 음식 충분히 익히기, 조리도구 구분해서 쓰기.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집에서 요리할 때 칼이랑 도마를 일일이 구분해서 쓰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모른다. 그냥 도마 하나에서 채소 썰고 고기 썰고 하는 게 일상인데, 뉴스 볼 때마다 뜨끔하긴 하다. 그러면서도 주방에 굴러다니는 스텐소스통들을 보면 이걸 다 씻어서 소독하는 게 일이다 싶어 또 한숨이 나온다. 예전에는 조리도구 배치만 잘해도 요리가 훨씬 빨라진다는 글을 보고 꽤 진지하게 동선을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쓰는 게 최고다. 이게 게으름인지 효율인지도 잘 모르겠다.

의외로 정이 안 가는 도구들

예전에 달걀말이팬을 하나 샀다. 일식집에서 보던 것처럼 예쁜 모양의 달걀말이를 해보고 싶어서 샀는데, 막상 해보니 불 조절에 실패해서 다 타버리고 모양도 엉망이었다. 몇 번 하다가 결국 다시 둥근 프라이팬을 꺼내 들게 되더라. 그 팬은 지금 우리 집 주방에서 가장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가 되었다.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스트레스받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처음 살 때는 정말 요리를 더 잘하고 싶어서 설레면서 샀는데 지금은 쳐다보기도 싫은 물건이 돼버렸다. 업소용로스타 같은 거 집에 들여놓고 고기 구워 먹는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나중에 그걸 어떻게 닦고 관리할지 생각하면 나는 절대 못 하겠다.

정답 없는 주방 살림의 굴레

오늘도 퇴근하고 나서 뭐 해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간편식으로 해결했다. 주방 서랍을 열어보니 내가 사놓고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주걱이랑 조리도구들이 한가득이다. 누군가는 예쁜 주방을 꾸미는 게 낙이라고 하던데, 나한테는 그냥 매일 반복되는 귀찮은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다음에는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다 정리해야지 다짐해보지만, 막상 주말 되면 또 새로운 주방용품들 기웃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가 그렇게 늘 아쉬워서 도구들에 집착하는 건지, 가끔은 내가 요리를 하려고 도구를 사는 건지 도구를 구경하려고 요리를 하는 건지 헷갈린다. 이제 그만 사야지 마음먹으면서도 내일 퇴근길에 또 다이소라도 들를까 봐 걱정이다. 이 마음이 정리될 날이 올까.

“주방 서랍을 열 때마다 후회하는 일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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