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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팔 매직핸즈 손잡이 빼다가 성질만 버린 날

주방 정리를 하겠다고 덜컥 산 매직핸즈

결혼하고 주방 살림을 하나씩 채우다 보니 어느 순간 싱크대 하부장이 포화 상태가 되더라. 냄비들이 서로 겹쳐져서 쌓여있으니 뭘 하나 꺼내려고 해도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나고, 결국 안 쓰는 냄비는 뒤쪽으로 밀려나서 다시는 나오지 않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샀던 게 테팔 매직핸즈 세트였다. 손잡이를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으니까 차곡차곡 쌓아서 넣으면 공간 활용이 엄청날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 10만 원 중반대 가격을 주고 샀을 때는 이 정도면 거의 주방 혁명 수준이라고 혼자 감탄했다. 테팔 냄비랑 후라이팬 세트로 사면 평생 쓸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좀 있었다.

생각보다 불편했던 손잡이 조작

그런데 이게 막상 써보니까 영 생각과는 달랐다. 처음에 물건 받았을 때는 손잡이 메커니즘이 신기해서 계속 뗐다 붙였다 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요리하다 보면 손에 물이 묻어있거나 기름이 묻어있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그 미끄러운 손잡이를 꽉 눌러서 조작해야 하는 게 생각보다 번거롭다. 꾹 눌러서 끼우는 건 익숙해지면 금방인데, 이상하게 설거지할 때마다 손잡이 안쪽에 낀 때를 닦아내는 게 일이다. 음식물이 튀어서 틈새에 들어가면 솔로 문지르지 않는 이상 잘 닦이지도 않는다. 처음의 편리함은 온데간데없고 관리 포인트만 늘어난 기분이다.

테팔 28cm 후라이팬의 미묘한 무게감

매직핸즈 세트에 포함된 테팔 후라이팬 28cm짜리를 제일 많이 쓰는데, 이게 생각보다 무게가 꽤 나간다. 묵직해서 열전도율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한 손으로 요리하면서 손목 스냅을 쓰려고 하면 손잡이 연결 부위가 살짝 덜컹거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쓸 때마다 ‘혹시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이 든다. 예전에 쓰던 저가형 통주물 팬은 손잡이가 일체형이라 그런 걱정은 전혀 없었는데, 이건 구조적인 한계인지 원래 이런 건지 잘 모르겠다. 특히 계란말이 할 때 팬을 흔들면서 뒤집으려 하면 손잡이 결합부가 미세하게 유격이 느껴져서 집중력이 깨진다.

싱크대 정리는 잘 되긴 하는데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공간은 확실히 많이 남는다. 냄비 3개랑 후라이팬 2개를 차곡차곡 쌓아두면 냄비 하나 정도 들어갈 공간에 다 들어가니까 그건 확실히 좋다. 예전에는 냄비 꺼낼 때마다 밑에 받쳐놓은 거 다 들어내야 했는데 지금은 그냥 쏙 꺼내면 되니까 스트레스는 확실히 줄었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한 건, 막상 이렇게 편하게 정리해두니까 요리를 덜 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후라이팬이 밖으로 나와 있으면 뭐라도 하나 더 해 먹으려고 했는데, 겹겹이 쌓아 깊숙이 넣어두니 꺼내는 과정 자체가 귀찮아져서 결국 배달 앱을 켜게 되는 날이 늘어났다. 이게 무슨 주방 혁명인지 모르겠다.

긁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

티타늄 코팅이라 엄청 튼튼하다고 광고하던데, 막상 쓰다 보면 코팅 벗겨질까 봐 엄청나게 신경 쓰인다. 예전에 쓰던 저렴한 냄비는 막 썼는데, 이건 왠지 ‘테팔’이라는 이름값 때문인지 나무 뒤집개만 쓰게 되고 금속 수세미는 절대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 사실 코팅 팬은 소모품이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가격대가 좀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직 더 쓸 수 있어’라며 미련을 갖게 된다. 28cm 후라이팬 바닥이 살짝 들린 것 같기도 한데, 이게 인덕션에서 쓰다 보니 열 변형인지 아니면 내가 처음에 너무 세게 달궈서 그런 건지 알 길이 없다. 다음에 살림을 새로 장만한다면 그냥 적당히 저렴한 걸 사서 1년 쓰고 바꾸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은 일단 그냥 참고 쓰는데, 손잡이 결합 부위의 그 뻑뻑함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애정이 더 깊어지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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